도구로부터-신체와의 조응 (The Utility of Useless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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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tility of Uselessness
2007년 5월 11일(금) ~ 6월 10일(토)
기획의도
이번 전시는 부유하는 이 시대의 예술, 그 예술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만드는 도구적 인간 즉, 호모 파버(homo faber)로서 스스로를 정의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왔다. 인간은 왜 도구를 만드는가? 인간에게 도구란 무엇이며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장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만드는 도구의 표상은 크게 변해 왔다. 예술의 기원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도구들로 소급된다. 그러니 예술 역시 ‘도구로부터’ 유래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 예술은 그 기원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근대 이후 도구성, 실용성, 사물성은 오로지 공예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예술은 자신의 기원을 철저하게 망각하거나 소외시킴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왔다. 그래서 때로는 잊혀졌던 자신의 기원을 다시 회상하는 것조차 시대착오적으로까지 생각된다.
그렇다면 정작 현대예술은 인간이 장구한 세월 동안 함께해온 도구나 물건들과의 관계를 절연한 것일까?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의구심으로 예술이 망각한 도구성, 그럼으로써 벌어진 그 두 세계 사이의 간극에 눈길을 주어 다시 그 긴밀한 상호성을 되짚어보고자 기획 되었다. 특히, 인간의 몸과 조응하는 도구성의 문제를 조명하고 도구와의 구조적 연관 속에서 자신의 존립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작업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공예․조각․설치․비디오영상․패션․이벤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펼쳐진다. 7명의 출품작가들 역시 경력이 다양하다. 평생 동안 보자기 자수 컬렉션으로 물건들의 세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각종 오브제, 평면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자수박물관장 허동화(1926- ), 개막식에서 <서명자가 만든 옷과 지인들>이라는 타이틀의 패션이벤트를 벌이는 패션디자이너 서명자(1959- ), 기발한 상상력으로 물건에 대한 우리의 인습적 이해방식을 전복시키는 작업을 펼쳐온 최정화(1961- ), 경작에 대한 떨칠 수 없는 연민을 안고 사는 도시인(도시농부)를 위해 고안된 농기구를 만든 배종헌(1969- ) 등이다. 한편,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형식을 노동이라 보고 그것을 회복시켜 되찾으려 시도하는 조새미(1973- ), 환타지 만화영상세대로서 가상현실 속에서나 유용한 검투객의 칼을 만드는 조재형(1977- ), 그리고 서양화를 전공하고 나무에 빠져 목조건축, 목가구를 만들며 사는 이정섭(1971- )이 그들이다. 이들의 각각의 작업들은 오늘날도 도구로부터 흘러나오는 상상력, 도구를 통해 꿈꾸는 고유의 세계들이 엄연히 현존하고 있음을 매우 강력하게 시사해준다.
이인범(치우금속공예관 관장), 전시기획 취지문에서 발췌
초대작가
배종헌 서명자 이경림 이정섭 조새미 조재형 허동화
주최.주관
치우금속공예관
기획
이인범(치우금속공예관 관장), 김주원(치우금속공예관 학예연구실장)
후원
문화관광부 복권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