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꼬리(Turtle’s 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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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꼬리
Turtle’s Tail

2006년 5월 26일(금) ~ 6월 24일(토)

기획의도
‘거북이의 꼬리(龜尾)’는 구차한 말(narrative) 없이도 근본적인 삶의 메시지를 전하는 조형물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붙인 전시 타이틀이다. 곽암화상(廓庵和尙)의 십우도(十牛圖) 서(序)에서 자원(慈遠)이 전하고 있는 ‘거북이의 꼬리’이야기에서 취했다.
그렇듯이 <거북이의 꼬리>전은 침묵을 언어로 사용하는 작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시끄러운 이 세상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말(narrative) 한마디 없이 우리를 깊숙한 삶의 세계로 이르게 하고, 맑고 투명하고 깊이 있게 그 삶의 진면목과 다시 마주 대면하게 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들 하나하나에 흐르는 침묵들은,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지우는 것만으로 흔적을 남기며 이동하는 ‘거북이의 꼬리’이야기를 너무나도 빼 닮았다. 구차스러운, 때로는 소란스럽기조차 한 ‘서사(敍事), 그 너머’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거북이의 꼬리>전은 민족, 권력, 성, 환경, 생태 같은 삶을 향한 욕망들이 실용, 문학, 신화, 장식, 주술 같은 다채로운 내러티브의 모습으로 다시 넘쳐나는 예술계의 대세를 거스르는 이유는 지금 예술계를 뒤덮은 숱한 말들, 즉 가설 무대 같은 그 말들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정작 침묵하면서 이 출품 작가들이 향해 가는 그 서사 너머는 어디인지를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할 수 있는 말이 어떤 것이고, 말하고자 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모종의‘삶의 현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거북이의 꼬리>전에 출품하고 있는 작가들은 지금까지 공예가로 활동해 온 고보형, 김신령, 류대현, 박현경, 백경찬, 오미화, 유리지, 채정은, 건축가로 활동해 온 유건, 조각가로 활동해 온 김나영, 김시연, 김주현, 이형우, 정정주, 화가로 활동해 온 고낙범 등 16명이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의 형식은 금속공예를 비롯하여 조각, 건축, 회화, 비디오, 설치 등에 걸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여기서 그들의 작업이 어느 장르에 기원을 두고 있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근대 이래 인공물들을 구분하던 엄격한 구분법 즉, 순수예술과 공예의 경계가 여기서 말끔하게 해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조형예술 언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생각들, 착각들, 환영들을 거쳐 깊은 수행세계에 잠입한 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무(無), 공(空), 침묵(沈黙), 적막(寂寞)의 울림이라는 점이다.

이인범(치우금속공예관 관장), 전시기획 취지문에서 발췌

초대작가
고낙범/고보형/김나영/김시연/김신령/김유선/김주현/류대현/박현경/백경찬/오미화/유건/유리지/이형우/정정주/채정은

주최.주관
치우금속공예관

기획
이인범(치우금속공예관 관장)

후원
문화관광부 복권기금